비어가는 방
2023. 08.16 - 08.20 / 오손도손 스튜디오 서대문 / 작, 연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23 자유참가작
<비어가는 방>은 규연이라는 친구의 방에 대한 이야기다. 규연이가 사용하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들은 각 각 규연이의 사물들이 의인화된 캐릭터를 연기한다. 책상, 침대, 카메라, 노트북… 연극은 현재의 방에서 시작한다. 방의 주인인 규연이가 돌아오지 않자 쓸모를 잃은 사물들은 끊임없이 규연을 기다린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자취를 시작한 뒤, 사물들은 방에 남겨지게 된 것이다. 규연을 기다리던 그들은 맥북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게 된다. 그동안 저장 된 규연이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그들은 데이터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들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이것이 이야기의 첫번째 중심 사건이다. 사물들은 규연이의 인생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복습한다. 규연이가 미숙아로 태어났던 것, 공룡과 레고를 좋아했던 것, 비스트의 열혈 팬이었던 것… 사춘기를 심하게 지나왔던 것까지. 마치 연극처럼, 인생을 다시 살아보는 것처럼 말이다.
2막이 시작되고, 방 밖에서 모든 일들을 보고 듣고 겪다가 방에 돌아온 나이키 신발이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전환되기 시작한다. 나이키 신발은 규연이가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 알고 있다. 그는 규연이를 떠올리는 일이 너무나도 힘겹다. 계속해서 맥북의 백업을 이어가려는 다른 사물들에게 화를 낸다. 세상은 규연이를 잊었고 이제 새로 시작하자고 한다고, 사람들은 다 지겹다고 말한다고, 도대체 잊지 않는다는 게 뭐냐고. 그러나 다른 사물들은 답한다.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고. 너가 기억하고 있는 규연이에 대해 우린 아직도 듣고 싶다고. 나이키는 사물들의 말에 다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규연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많은 존재였던 나이키는 천천히,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더듬어 꺼내놓는다. 그리고 사물들은 서울의 대학에서 어른이 되어갈 규연이의 또다른 미래에 대해 함께 상상한다.
2막이 시작되고, 방 밖에서 모든 일들을 보고 듣고 겪다가 방에 돌아온 나이키 신발이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전환되기 시작한다. 나이키 신발은 규연이가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 알고 있다. 그는 규연이를 떠올리는 일이 너무나도 힘겹다. 계속해서 맥북의 백업을 이어가려는 다른 사물들에게 화를 낸다. 세상은 규연이를 잊었고 이제 새로 시작하자고 한다고, 사람들은 다 지겹다고 말한다고, 도대체 잊지 않는다는 게 뭐냐고. 그러나 다른 사물들은 답한다.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고. 너가 기억하고 있는 규연이에 대해 우린 아직도 듣고 싶다고. 나이키는 사물들의 말에 다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규연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많은 존재였던 나이키는 천천히,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더듬어 꺼내놓는다. 그리고 사물들은 서울의 대학에서 어른이 되어갈 규연이의 또다른 미래에 대해 함께 상상한다.
결국 <비어가는 방>의 화두는 애도였다. 심리치료전문가 정혜신 박사는 ‘함께 듣고 울고 웃는 과정이 곧 애도’라고 말한다. 결국 사물들이 하려고 하는 연극은 그 과정이다. 거대한 상실과 비극적인 슬픔 앞에 완전히 무너지기도 하고, 힘 을 잃기도 하고, 회의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기어이 우리가 기억하고 추억하고 사랑하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소 또한 극장이 아닌 실제 가정집에, 관객을 규연의 방에 초대하는 ‘탈극장 연극’의 형식으로 진행했다.
- 임진환 공연예술 작업노트 (2023-2025)
“이 이야기는 그런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우리가 가진 사물들은 어쩌면 가장 친한 친구보다,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일 텐데, 울고, 웃고, 지겹기도 하고… 아주 가끔, 행복하기도 한 우리 인생을 모두 지켜보고 있을 텐데. 그들에게 기억을 주고, 말할 입을 주고, 행동할 몸을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인이 없는 방에서 그들은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